기화펜 (순삭펜) - 정말로 잘 지워질까? 사용 후기

기화펜 - 일명 순삭펜 - 사용 후기

 

요즘 핫한 아이템 중 하나인 기화펜을 아시나요?  글을 쓰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삭제된다고 하네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최근 수험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집을 여러 번 풀어도 매번 처음 푼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겠죠?

 

기화펜은 일명 순삭펜이라고도 합니다. 네이밍이 정말 잘 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기화펜이 있긴 했던 것 같은데, 최근 들어 품질이 좋아졌는지 좀 더 이슈가 되는 것 같네요.

 

이번 글에서는 기화펜이 정말로 잘 사라지는지, 여러 경우에 대해서 테스트해보겠습니다.

 

 

 

기화펜 실험

제가 산 기화펜은 아래 모델입니다. 펜 두 자루와 많은 리필로 되어있습니다. 

 

 

일단 다른 건 제쳐두고 기화펜이니 글씨가 잘 사라져야 되는지 봐야겠죠? 제품 설명으로 봐서는 약 2시간 정도면 글씨가 사라지게 된다고 합니다.

 

제품 설명에서 발췌

 

음... 실험은 뭔가 절실해야 제맛이잖아요? 그냥 A4용지에 하는 건 너무 무난하니 과감하게 책에다가 표시해봅니다. (꾹꾹 눌러쓰지 않은 건 함정...)

 

무라카미하루키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첫 페이지입니다.

 

안지워지면 좀 곤란해짐...

 

자... 과연 지워질까요? 10분 단위로 촬영해보겠습니다.

 

10분

조금 흐려졌네요!

 

20분

약간 더 흐려졌습니다.

 

30분

거의 사라졌네요!

 

보통 이런 유의 제품은 과대광고가 들어가기 마련이라서, 사실 큰 기대는 안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사용해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꽤 많이 흐려집니다. 30분이 되면 거의 안 보일 정도로 흐려집니다.

 

한 시간이 지난 후의 모습은!

 

펜의 흔적이 없어요!

 

광고에는 두 시간이라고 했는데 제 경우는 한 시간 만에 사라졌습니다. 실내 환경, 종이 재질, 온·습도에 따라서 사라지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니까 약간의 차이는 있겠죠? 경우에 따라서는 하루~이틀 걸리기도 하나 봅니다. 

 

아무튼 위와 같이 신기하게 펜이 지워졌는데요,

이러한 기화펜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기화펜의 원리

잉크 성분이 공기 중의 산소, 이산화탄소, 수분 등을 흡수해 중화반응이 생겨서 없어지는 거라고 합니다. 세부적인 원리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휘발성 잉크가 정말로 기화돼서 성분이 날아가는 식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하네요.

 

정말인지 추가적으로 실험해보았습니다.

 

1. 입김을 불어보자!

입김을 불면 이산화탄소든 수분이든... 뭔가 가해지겠죠?

 

A4용지에 도형을 그려봅니다. 글씨가 악필이니 민망하여 도형으로 대체했습니다. 테스트를 위해서 일부러 좀 진하게 여러 번 그렸습니다.

 

도형도 악필...

 

1분 동안 열심히 입김을 불어넣었습니다.

 

어질어질

 

오. 신기하게도 진짜 금방 흐려집니다.

 

1분만에 흐리게 변함!

 

많이 사라졌죠? 그런데 신기하게 그 상태로 한 30초 있으니 다시 살~짝 진해집니다.

 

다시 조금 진해졌어요.

 

정말로 잉크가 기화된 건 아닌가 봅니다. 날아갔다 다시 오지는 않았을 테니...

 

2. 아예 물을 부어보면 어떨까?

왜 야밤에 이런 실험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의아하지만, 이왕 시작한 실험.

 

과습을 해줍니다. 위의 A4 상태에서 그냥 수돗물에 적셔봤습니다.

 

펜의 흔적은 없고 A4는 쭈글쭈글...

 

깔끔하게 사라지네요 ㅎ 10초 순삭입니다.

물론 종이에 물 부으실 분은 없으리라 봅니다.

 

기화펜의 장단점

기화펜을 잠깐이지만 사용해 봤는데요, 개인적으로 느끼는 장, 단점을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장기간 사용에 따른 후기는 아니니 참고만 하세요!)

 

[장점]

• 꾹꾹 눌러쓰지 않는 다면 흔적이 안 남을 것 같습니다.
• 문제집을 지저분하게 풀더라도 싹 다 지워져서 다음에 새로운 마음으로 복습이 가능하겠네요! (무한 회독!)
• 기출문제집 반복 풀이 때도 아주 유용.
• 아이들은 수학 문제집 풀 때 좋을 것 같아요.

 

[단점]

• 실수로 과제나 시험, 계약서 같은데 쓰면 큰일 남.
• 예전의 만년필의 냄새 (잉크 냄새?)가 나긴 합니다. 심하지는 않은데...
• 너무 꾹꾹 눌러쓰면 자국이 남을 수도 있다
• 푸른색이어서 호불호가 있을 듯.

 

마무리

이번 글에서는 최근 핫한 기화펜(순삭펜)에 대해서 알아보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해봤습니다. 처음 생각한 것보다는 훨씬 잘 지워지는 것 같습니다. 약간의 호불호가 있겠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매우 유용한 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득 생각나는 게... 저 어릴 때, 볼펜 지우개라고 무슨 용액을 파는 분이 있었습니다. 옷에 볼펜(?)으로 쓱쓱 쓴 후에도 용액만 바르면 잘 지워지는 걸 보고 구입했는데... 사기당함요... ㅜㅜ

 

지금 생각해보면 용액은 그냥 물이고 펜이 기화펜 종류였나 봅니다.